자료조사에 대한 잡상

#
최근 공각기동대와 애플시드를 다시 보았는데,
다시 보니 또 전에는 안보이던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데 경악하고 -_-

가만생각해보니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이 작품들을 만들때
시로 마사무네는 과연 뭘 참고했을까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사이보그, 인공지능, 신경망, 거대도시..
어마어마하게 넓은 분야에 걸쳐서, 요즘도 전문가 몇명 정도만 아는 수준의 깊이의 지식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많죠.

그 당시엔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일반인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로봇이나 사이보그 관련 책도 별로 없었을텐데 말이죠.

#
그 외에도, 페트레이버라든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정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이라든가
혹은 그 이전에 있었던 블레이드러너 같은 SF영화들이라든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들이라든가..

대부분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물건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참고자료를 조사할만한 환경이 열악할 때였다는 겁니다.

(심지어 오타쿠집단 가이낙스의 건버스터와 다이버스터를 비교해봐도
자료조사의 지독함(?)의 정도에서 차이가 조금 보이죠.)

#
그렇다면, 그들 대부분은
쉽게 찾을 수 없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되지도 않은 자료들..
..결국 논문이나 전공서적들을 뒤져서

이해가 안되면 이해될때까지 수없이 되뇌여 읽어보며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꿔가며

그렇게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도 있겠지만, 인터뷰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도 많죠)

#
요즘 나오는 작품들.. 꼭 형태를 갖춘 작품들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대화 속의 지식의 수준을 보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은 지식'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기 전공을 이야기할 때 조차 그렇죠.

저만해도 제가 하는 일의 참고자료로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참고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죠.

#
진짜 '오타쿠'라고 불렸던, 과거의 영광(?)스러운 사람들과
요즘의 그저 엄청난 소비자일 뿐인 '오덕후'의 차이 정도랄까요.

자료조사 하기 열악한 환경일 수록 깊이있는 지식이 나온다니,
지식의 양과 질은 반비례관계였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너무 지나치게 넘쳐나는 정보량때문에,
지식의 깊이가 얕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덧글

  • Interlude_ 2009/01/03 09:20 # 답글

    그레샴의 법칙이네요. 인터넷의 폐해를 꼬집을 때 단골로 나오는 말-ㅅ-;;
    그런데 이론으로 아는 것과 경험과 고민을 통해 체득한 것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지요.
  • 狂工크랜 2009/01/03 10:13 #

    오오. 그런 용어가 있었군.
    원래는 경제학쪽에서 나온 말인가 보지?
    재밌는데 +_+ 가르쳐줘서 고맙소. ㅎㅎ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